설중매(雪中梅) 안상학 지금 여기서 내가 눈 속에서 꽃을 피우든지 꽃으로 피어서 눈을 맞든지 나는 꽃으로 향기로울 때 잎이 없음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잎으로 푸르를 때 꽃이 없음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금빛 열매를 달았을 때 향기가 없음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나목으로 동토에 섰을 때 그 모든 것이 없음을 서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꽃이었고 향기였고 잎이었고 열매였고 나목이었고 또 나는 꽃이었다가 향기였다가 잎이었다가 열매였다가 나목이었다가 또 나는 꽃이었으니 나는 지금 내게 없는 기쁨을 노래한 적 없다 나는 지금 내게 없는 슬픔을 노래한 적 없다 나목이 나목을 잃고 꽃이 꽃을 잃고 열매가 열매를 잃고 잎이 잎을 잃고 향기가 향기를 잃을 때에도 꽃에 앞서 잎을 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