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 어머니 김사인 1 잘 가셨을라나. 길 떠나신지 벌써 다섯해 고개 하나 넘으며 뼈 한자루 내주고 물 하나 건너면서 살 한줌 덜어주며 이제 그곳에 닿으셨을라나. 흙으로 물로 바람으로 살과 뼈 터럭들 제 갈 길로 보내고 당신만 남아 잠시 호젓하다가 아니, 아무것도 아닌 이게 뭐지, 화들짝 놀라시다가 그 순간 남은 공부 다 이루어 높이 오른 연기처럼 문득 흩어지셨을까. 2 어디 가 계신가요 어머니. 이렇게 오래 전화도 안 받으시고 오늘 저녁에는 돌아오세요. 콩국수를 만들어주세요. 수박도 좀 잘라주시고 제 몫으로 아껴둔 머루술도 한잔 걸러주세요. 술 잘하는 아들 대견해하며, 당신도 곁에 앉아 찻숟갈로 맛보세요 나는 이렇게만 해도 취한다 하시며. 어머니, 머리도 좀 만져봐주세요 손도 좀 잡아주세요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