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 10

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 에서 - 공산

〔1〕 언어의 선험성 1 인간의 기본구조에 속하는 모든 요소는 앞서 주어진 것이다. 인간이 그것을 취하여 사용하기 이전인 태초부터 이미 인간을 위해 마련되어 있었다. 인간에게 앞서 주어진 것 중 하나는 바로 언어다. 빌헬름 폰 훔볼트는 말했다. "내 확신에 의하면, 언어는 인간 내면에 온전히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언어의 발명이 수천 년 전 혹은 수만 년 전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인간이 한 단어의 말이라도 진실로 이해하려면, 감각으로 터져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분명한 개념을 전달할 목적으로 발음된 하나의 어휘로 이해하려면, 이미 인간 안에 언어 전체가 체계를 갖추고 자리 잡은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어는 인간에게 미리 주어져 있다. 인간이 말을 시..

고방 2024.12.29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중에서 - 공산

(...) 라이크로프트는 런던을 떠나면서 작가로서의 삶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내게 앞으로는 출판을 위한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그가 남긴 문서들을 살펴보다가 그 속에서 원고 뭉치 세 개를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는 일기 같았는데, 그중 한 원고의 첫 장에 쓰인 날짜는 그가 데번에 자리 잡은 직후부터 그 글을 쓰기 시작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글들을 조금 읽어보자 그것들이 단순한 일상의 기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 숙달된 문인은 글쓰기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음을 깨달았는지, 단상이나 회상, 몽상의 단편(斷片), 자신의 심경에 대한 묘사 등을 기분 내키는 대로 써나갔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그 글을 쓴 달을 적어두었다. 종종 그와 함께 있던 ..

고방 2024.11.12

『사물들과 철학하기 - 어떤 철학 경험』 중에서 - 공산

사발   (...) 여기 최초의, 본래의 물건이 있다. 그 물건은 인간의 출현을 나타낸다. 다 자란 원숭이들은 몽둥이와 돌 등, 무기와 도구를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진다. 사발이 아니라. 오직 인류와 함께 공기, 호리병, 사발, 주발들이 태어난다.   사발은 담는 역할을 개시한다. 근본적으로 사발은 안심하게 해준다. 이 용기는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끝없는 유출을 중단시킨다. 흩어짐을 막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쏟아붓기를 중단시키고 유출을 멈추게 한다. 필연적으로 흘러나가 유실되도록 예정된 액체가 저장된다. 손보다 더 낫다. 지속적이고 힘도 들지 않는다.   (...) 불가의 승려들이 다 버려도 보시 사발 한 그릇만은 지녔던 데에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거의 집을 대신..

고방 2024.10.28

프랭크 매코트의 『안젤라의 재』 - 공산

늦은 나이에 자전 소설自傳小說을 써 퓰리처상을 받은 프랭크 매코트를 나는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김루시아의 훌륭한 번역으로 문학동네가 출판한 그의 책『안젤라의 재』를 사려고 검색을 해보았지만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되어 파는 곳이 없었다. 마침 이웃 동네의 ‘작은도서관’에 책이 있다고 검색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 빌려 와서 틈틈이 읽었다. 가난 속에서 지독한 술주정꾼인 아빠, 난로 속의 식은 재만 바라보는 불쌍한 엄마, 그리고 여러 동생들과 함께 굶주리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1930년생이니까 1921년생, 1926년생인 나의 부모님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다. 나는 그보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났으니 그렇게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내진 않..

고방 2023.05.24

은행강도가 죽기 전 고국에 돌아와 자수하면서 한 말은 - 허연 (시인, 매일경제 기자)

헤르만 헤세 (1877~1962) "많은걸 누릴수 있지만 타향은 나를 실망시킨다" 독일을 등졌지만 끝내 독일을 사랑했던 대문호 허연 기자, 시인 [매일경제] 2021.08.21 00:07:01 -------------------------------------------------- 헤르만 헤세는 독일인이었지만 고국을 부정하고 스위스에서 오래 살았다. 그에게 고향 독일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의 고향은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 칼브다. 헤세는 이곳에서 성년이 될 때까지 산다. 초등학교 시절 잠시 스위스 바젤의 신학교에 가 있기도 했지만 헤세는 칼브에서 어른이 됐다. 엄격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세는 신학교에 보내졌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탈출해 공장 견습공, 서점 직원 등을 전전했다. 헤세는 22세가 ..

고방 2021.08.24

막스 피카르트의「침묵의 세계(최승자 역)」에서 - 공산

24쪽(침묵이라는 원초적 현상) (...)/침묵은 어떤 태고의 것처럼 현대 세계의 소음 속으로 뛰어나와 있다. 죽은 것으로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태고의 짐승처럼 침묵은 거기 누워 있다. 그 침묵의 넓은 등이 아직 보이기는 하지만, 그 태고의 짐승의 몸 전체가 오늘날의 전반적인 소음의 덤불 속에서 점점 더 깊이 가라앉고 있다. 그 태고의 짐승은 점차적으로 자신의 침묵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오늘날의 모든 소음은 다만 그 태고의 짐승, 즉 침묵의 드넓은 등에 붙은 벌레들의 울음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29쪽(말의 침묵으로부터의 발생) (...)/침묵의 자연 세계보다 더 큰 자연 세계는 없다. 그리고 그 침묵의 자연 세계로부터 형성되는 언어의 정신 세계보다 더 큰 정신 세계는 없..

고방 2020.10.29

좋은 시를 쓰려면

ㅇ 좋은 시를 쓰려면 *출처 : 목비향님 홈 시쓰기 참고사항(6) -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서 써야 한다. - 적어진 글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문맥의 흐름을 다듬는다. - 우연한 기회에 스치는 영감을 메모해 두었다가 적당한 시어로 옷입히기를 한다. -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다. - 추상과 구상을 적당하게 배분한다. - 직유보다는 은유에 치중해서 글을 쓴다. - 일상화된 언어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를 만든다. - 독자의 몫을 배려한다. - 이미지 중복을 피한다. - 즉흥적으로 시 쓰기 연습을 한다. ㅇ 수식어는 극약이다. 수식어를 비유법으로 정리함이 절대 필요하다. ㅇ 감춤과 드러냄이 절묘하게 짜여져야 글이 산다. 사랑이라면 사랑의 내용은 드러내 적지만 사랑이란 말은 감추어야 한다. ㅇ 글의 말미는 명사형..

고방 2015.12.21

순우리말

순우리말 ㄱ ●가납사니 : ①쓸데없는 말을 잘하는 사람. ②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가년스럽다 : 몹시 궁상스러워 보이다. cf)가린스럽다 : 몹시 인색하다. ●가늠 : ①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리는 기준. ②일이 되어 가는 형편. ●가루다 : 자리를 나란히 함께 하다. 맞서 견주다. ●가래다 : 맞서서 옳고 그름을 따지다. ●가래톳 : 허벅다리의 임파선이 부어 아프게 된 멍울. ●가라사니 :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나 실마리. ●가말다 : 일을 잘 헤아려 처리하다. ●가멸다 : 재산이 많고 살림이 넉넉하다. ●가무리다 : 몰래 훔쳐서 혼자 차지하다. ●가분하다·가붓하다 : 들기에 알맞다. (센)가뿐하다. ●가살 : 간사하고 얄미운 태도. ●가시버시 : '부부(夫婦)'를 속되게 이르는말 ..

고방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