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120

라원이의 대구 첫나들이

태어난 지 1년 반이 된 손녀 라원이가 어제 낮에 난생처음으로 제 부모와 함께 대구에 왔다가 오늘 오후에 남양주로 돌아갔다. 그는 승용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추석 열차표 예매를 놓쳐서 1주일 앞당겨 열차(SRT)를 타고 왔다가 간 것이다.  어제 낮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승용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마중을 나갔었다. 불로동의 냉면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팔공산으로 갔다. 도중에 잠이 든 라원이 고향집인 산가에 도착해서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 뒤쪽의 계곡으로 내려갔다. 더운 날씨라 물은 차지 않았다. 라원이는 얕은 물에 들어가 손발로 물을 튀기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이 개울은 내가 어릴 적엔 여남은 명의 마을 아이들이 여름이 되면 살다시피 하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이 그림자..

텃밭 일기 2024.09.09

텃밭 식구들의 근황

지난 주말에 북상했던 장마전선은  이곳 팔공산 지역에 하루만에 30mm 정도의 비를 뿌려 가물던 텃밭을 적셔 주고는 다시 남쪽으로 물러나 있다. 아직 7월도 오지 않았지만 기온은 연일 30도를 훨씬 웃돌며 무덥다. 이런 가운데 텃밭 식구들은 열심히 자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워가고 있다. 저희들에게 할애된 계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고구마는 무성해진 잎들이 본격적으로 덩굴을 뻗칠 채비를 하고 있고, 참깨는 아래쪽부터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도 키가 많이 자라서 먼저 달린 열매는 매운맛이 돌기 시작했다. 여남은 포기의 토마토들도 한창 열매를 맺는 중인데, 그중 흑토마토 네 포기는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이웃마을 친구가 자기 밭에 심고 남은 것이라며 내게 준 것이다. 복..

텃밭 일기 2024.06.24

오디오 마니아들과 함께

오늘 오후엔 두 오디오 마니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집과 가까운 지묘동에 옛 직장 동료가 자기만의 멋진 음악실을 갖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에 다른 한 옛 동료와 함께 그곳에 놀러갔었다. 과연 널찍한 공간에 멋진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거기서 몇 곡의 연주곡과 좋아하는 옛 노래를 듣다보니 또 다른 오디오 마니아인 초등학교 동기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그에게 문자로 연락을 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보낸 오디오 시스템 사진을 보더니 '크랑필림 스피커보다 친구가 더 보고 싶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네 사람이 지묘동의 그 음악실에서 만난 것이다. 동기 친구는 우리들에게 '크랑필림' 스피커와 엠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해 주었다. 이 시스템은 대구의 누구..

텃밭 일기 2024.06.13

공산초등학교 100년사 발간

모교인 공산초등학교는 지난해 10월 2일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100년사 책이 대여섯 번의 교정쇄를 거쳐 이제야 출판되었다. 책의 목차를 보면, 제Ⅰ부 공산초등학교의 100년의 발자취, 제Ⅱ부 우리나라 교육과 공산 교육 100년, 제Ⅲ부 우리 고장 공산, 제Ⅳ부 함께 나누는 오랜 기억들, 제Ⅴ부 총동창회의 역사와 현황, 제Ⅵ부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과 활동, 제Ⅶ부 함께 꾸미는 100주년, 제Ⅷ부 졸업생 명부 등의 순서다. 책은 성실하고 실력 있는 출판사인(이름마저 예쁜!) 민들레피앤씨에서 만들었다. 동문 후배인 그곳 김 사장의 부탁이 있어서 지난해 가을부터 편찬위원으로 합류했던 나는 그동안 원고 교정 업무를 틈틈이 도왔다. 그리고 100년사에 실을 우리 42회 동기회를 ..

텃밭 일기 2024.06.12

옛 동산에 올라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불로동 옆의 봉무동이고, 행정구역상으론 불로-봉무동이다. 거기서 서쪽으로 금호강을 건너면 검단동이다. 그러니까 불로-봉무동은 금호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동과 마주보고 있다. 오늘은 아침을 먹은 후 옛 동산의 하나인 검단동의 앞산에 올라가 보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내가 '옛 동산'이라고 한 것은 검단동이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 산 아래에 외갓집이 있었고, 나중에는 그 외갓집이 이모네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학굣길이 너무 멀어서 그 이모네에서 학교를 다녔었다. 지금은 그곳에 집을 새로 지어 이종 동생 가족이 살고 있다.굽힌 팔꿈치처럼 돌아서 흘러가는 금호강의 안쪽에 자리 잡은 검단동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완만한 지형인데, 강을 사이에 ..

텃밭 일기 2024.06.09

새로운 카메라와 헌 책상

어제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울산에 다녀왔다. 김교수의 아파트에 들러서 먼저 콤펙트 디지털 카메라 두 대를 전달받았다. 카메라는 Canon의 G7X-markⅢ와 Panasonic의 LUMIX zs200d이다. 사진 마니아인 김교수로부터 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잠시 들은 후 창밖 풍경을 줌인하여 시험 촬영을 해보았다. 두 대 모두 선명하게 사진이 잘 찍혔지만, 아직은 복잡한 촬영 모드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 앞으로 사용해 보면서 어느 것이 나의 취향과 용도에 더 맞는지 검토해 볼 생각이다. 그가 비교하며 설명해준 두 디카의 스펙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G7X-markⅢ : 1인치 센서(CMOS), 20.1메가픽셀, 24~100mm렌즈(9군11매), f1.8~2.8 조리개, 틸트형 모니터, 30..

텃밭 일기 2024.04.25

팔공산 종주(4) - 가산바위에서 파계재까지

어제는 내가 1년에 한두 번씩 3년에 걸쳐 구간별로 실행해 오던 팔공산 주능선 종주를 마무리하였다. 지지난해 1월의 파계재―동봉, 그해 가을의 동봉―관봉(갓바위), 올해 1월의 능성재(환성산)―초례봉 종주에 이어 남은 구간인 가산바위―파계재를 종주한 것이다. '가팔환초'라고 불리는 팔공산 주능선 종주 코스에서 첫 순서가 되곤 하는 가산이 어쩌다 보니 내겐 맨 나중 순서가 되어 '팔환초가'가 되었다. 내가 한 달 남짓만에 다시 팔공산 종주에 나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며칠 전에 시내엔 비가 내렸지만, 높은 산엔 그 비가 눈으로 내렸었다. 그래서 팔공산 주능선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였던 데다 봄이 온 것같이 푸근하던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상고대가 많이 피어 절경일 것이라고..

텃밭 일기 2024.02.25

라원이의 첫돌

어제는 우리 집안의 천사 라원이의 첫돌이었다. 가족들만 참석한 조촐한 돌잔치는 하루를 앞당긴 그저께 저녁에 서울의 아차산 자락에 있는 워커힐 호텔 별관인 '명월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라원이, 그의 엄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인 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큰아빠, 이모와 이모부, 이렇게 열 분이었다. 그저께 아침에 할머니와 나는 동대구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울산에서 같은 열차를 타고 오는 큰아빠인 김교수를 만나 함께 서울역에 내렸다. 안식년을 맞아 서울에 작은 오피스텔을 마련했다는 김교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광진구 자양동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그 오피스텔을 구경하며 잠시 쉰 후에, 택시를 타고 명월관으로 갔다. 한옥 건물인 명월관에서 라원이는 부모와 함께 미리 나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텃밭 일기 2024.02.22

팔공산 종주(3) - 능성재에서 초례봉까지

오늘은 팔공산 주능선의 동남쪽 끝자락을 이루고 있는 환성산과 초례봉을 등산하기 위해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여러 날 벼르던 것을 오늘 실행하게 된 것은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적다는 예보가 있었던 데다 월요일이라 등산로가 한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번 능성재ㅡ초례봉 종주는 지지난해 겨울의 파계재ㅡ염불봉을 시작으로 그해 가을의 동봉ㅡ관봉(갓바위)에 이은 세번째 팔공산 구간 종주가 되는 셈이다. 갓바위행 '401번' 버스를 타고 '갓바위삼거리'에서 하차하여, 거기서 능성재(우정식당)까지 3.2km 구간을 걸었다. 이곳의 진인동과 능성동에는 예전에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와 중학교 동기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도 나처럼 먼 학굣길을 걸어다녀야 했었다. 15년쯤 전에 이 넓고 곧은 도로가 개통되어서 옛날보..

텃밭 일기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