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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의 「매우 중요한 참견」 감상 - 문태준

매우 중요한 참견   박성우 (1971~)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   참견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다. 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공연스레 나서서 개입하는 것이다. 호박 줄기가 하필 길의 위로 기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넝쿨을 들어서 뻗어갈 방향을 돌려놓는다. 참견하는 일이더라도 참 잘한, 요긴한 참견이라고 하겠다. 이 시를 흥미롭게 하는 것은 호박 줄기가 기어가는 기세는 ‘성큼성큼’이라고 표현하고, 할머니의 발걸음 속도는 ‘느릿느릿’이라..

해설시 2024.09.01

빌라에 산다 - 안현미

빌라에 산다   안현미(1972~)     극락은 공간이 아니라 순간 속에 있다 죽고 싶었던 적도 살고 싶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 꿈을 묘로 몽을 고양이로 번역하면서 산다 침묵하며 산다 숨죽이며 산다 쉼표처럼 감자꽃 옆에서 산다 기차표 옆에서 운동화처럼 산다 착각하면서 산다 올챙이인지 개구리인지 햇갈리며 산다 술은 물이고 시는 불이라고 주장하면서 산다 물불 안 가리고 자신 있게 살진 못했으나 자신 있게 죽을 자신은 있다고 주장하며 산다 법 없이 산다 겁 없이 산다 숨만 쉬어도 최저 100은 있어야 된다는데 주제넘게도 정규직을 때려치우는 모험을 하며 시대착오를 즐기며 산다 번뇌를 반복하고 번복하며 산다 죽기 위해 산다 그냥 산다 빌라에 산다    그런데, 어머니는 왜서 자꾸 어디니이껴 하고 물을까

내가 읽은 시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