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이명윤 저 호수에 낚싯바늘을 던지면 시간의 파문이 일고 와와, 수천 년 전의 함성과 북방긴수염고래와 작살을 든 사내들이 줄줄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를 것 같다 망원경으로 보세요 배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바람은 암벽 속에 꼬리를 감추었지만 고래의 피 묻은 손이 철철 검은 아이를 받아내고 동굴 속 긴 울음을 먹여 살린 우리는 위대한 사냥꾼의 후예들, 일행 중 누군가 가늘게 탄식했다 오늘은 물에 잠겨 고래가 가져간 손목을 볼 수가 없군요 지금도 공중을 유영하는 치명적인 햇살 혹은 화살에 대하여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모두 먼 길을 돌아 여기에 왔음을 안다 암벽 속의 사내가 웃고 있었다 이곳에 오실 땐 고단한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