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홍신선(1944~ ) 차례 끝나 병풍 걷는데 문득 기러기 소리 들린다. 작년에 날아왔던 길 더듬더듬 다시 더듬어 오는 하늘에 깔린 기러기 몇 향합에 사른 한 오라기 연기에 이끌려 와 흠향(歆饗) 다 하고 구천으로 되돌아가는 누구누구 일행들 같다. 여느 날이 여느 날이고 그날이 그날인 세월 여전하지만 사노라 아귀다툼인 세상 내려다보며 그래도 저 삶이 그중 살 만했다고 누구누구와 기러기가 일행처럼 낄,낄,낄 마주 터놓고 웃는 웃음소리도 이 아침 나는 천심의 푸른 열두 폭에다 병풍 걷듯 접어 간직노니 가윗날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