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길이라 24

연길, 도문, 백두산, 용정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아내와 나는 백두산(북파)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여행은 처음이다. 여러 여행사를 통해 모인 16명의 여행객들은 대구공항에서 티웨이 항공편으로 11시 10분에 출발하여 연길(옌지) 공항에 현지시간으로 12시 30분에 도착하였다. 1시간이 늦어지는 시차를 감안하면 2시간 20분을 비행한 셈이다. 그런데, 연길은 경도상經度上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포항과 비슷한 위치라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거의 같을 텐데 어째서 1시간의 시차가 있는 것일까? 그건 중국이 동서로 긴 국토를 가졌으면서도 동경 120도를 기준한 단일 표준시를 사용하고 우리나라는 동경 135도를 기준한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연길 상공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

기장에 갔다가

하루 휴기를 내고 부모와 함께 바닷바람을 쐬겠다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아내와 나는 아침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한 시간 20분을 달려 언양의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들렀다가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기장군 일광읍의 바닷가로 갔다. 그곳 바닷가의 한 음식점*에서 조금 이른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었다. 전복죽은 쌉살한 성게 알이 들어 있어서 맛이 더 있었다. 전복구이를 곁들여 먹어서 배가 불렀다. 그리고 거기서 멀지 않은 바닷가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는데, 오늘 들른 음식점과 카페는 모두 아들이 전에 가보았던 곳으로서 음식이나 분위기가 좋게 느껴지던 곳이란다. 카페는 이름 있는 건축가가 지은 곳이었다. 발코니나 옥상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서 바닷바람과 전망을 즐기도록 되어 있었다. 그 카페에서는 고리 원..

청산도행靑山島行

아내가 K산악회(여행사)에 청산도를 예약해 두었다고 해서 어제는 당일치기로 청산도에 다녀왔다. 새벽 6시까지 범어동의 리무진 버스 출발점으로 가야 했는데, 조금 일찍 집앞 큰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날따라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길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구세주처럼 나타난 택시가 있어서 우리는 겨우 여행사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리산휴게소에서 여행사가 준비한 우거지국과 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버스는 4시간 30분을 달려 완도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고, 11시 10분에 출발한 배는 50분만에 청산도에 도착하였다. 주말이라서 배도 섬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청산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속하는데, 섬 그 자체로 한 개의 행정단위인 면面이 되어 있다. 나의 고향인 옛 달성군 공산면..

입사동기들의 소풍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긴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다면 그건 입사동기들이겠다. 20대 중반의 젊은 시절이던 1982년 봄에 입사하여 30년 하고도 몇 년씩을 더 직장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했었다. 우리 동기들은 다른 기수들에 비해 입사 연령이 좀 늦은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진급에 대한 욕심이 적었던 반면에 그 치열한 공채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때문인지 자존감이 높은 편이었다. 신사적이며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생산기술 파트의 업무를 묵묵히 창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동기들이 부산으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다. 예전에 재직 중일 때부터 동기들과의 소풍은 연례행사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4년여 만에 가게 된 소풍이었다. 아침에 동대구역과..

서울 나들이

오늘은 나의 검진일이라서 아침 7시 열차를 타고 아내와 함께 상경하였다. 여느때와 달리 아내와 함께 상경한 것은 온 가족이 서울의 잠실 쪽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은 맞이와 둘째의 생일이 있는 달인 데다 지난 추석에 아내와 내가 코로나에 걸려 가족들을 못 만났었기 때문에 나의 6개월만의 검진일에 맞춰 서울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병원에서의 검사는 CT를 찍고 채혈을 하는 것으로 11시경에 끝나서 아내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혜화역에서 4호선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을 갈아탄 후 잠실역에서 내렸다. 저녁 약속 시간까지는 5시간이나 남아 있어서 아내와 나는 먼저 석촌호수로 내려가서 둘렛길을 한 바퀴 걸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

동창들과의 소풍

어제는 국민학교 동기생들과 함께 멀리 서해 대천 바닷가로 가을소풍을 다녀왔다. 아침 8시에 출발한 대형버스엔 모두 29명이 타서 빈 좌석이 많았다. 나는,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추세에 있는 때에 밀폐된 버스 안에서 종일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가고 싶지 않았으나, 회장의 권유에 못 이겨 참석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모임이 없었는데, 몇 년만에 가는 동기회 소풍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얼마 가지 않아 음주가무는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 오랜 세월 동안에 몸에 밴 희노애락을 각자의 십팔번에 실어 모두 풀어놓는 듯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차창을 커튼으로 가리고 통로에 나와 디스코 메들리에 맞춰 이른바 '관광버스 춤'을 추었다. 내가 젊었을 적에는 행락철에 길을 가..

제주도 자전거 여행

지난 10일 오후에 옛 직장 친구 2명과 함께 3박4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멀고 긴 여행이다. 먼저 3대의 접이식 자전거를 동대구터미널에서 15시 40분에 출발하는 목포행 고속버스에 싣고 4시간을 달려 목포 터미널에 도착했다. 목포터미널에서 자전거를 타고 목포항 국제여객터미널까지 6km를 이동한 후 부근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탈 배는 11일 새벽 1시에 출발하는 '퀸제누비아'호였는데, 22시부터 승선이 시작되었다. 자전거는 짐칸에 싣지 않고 접어서 들고 배에 탄 후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로비의 한쪽 계단밑에 가지런히 두게 되었는데, 그것은 접이식 자전거가 누리는 특권인 셈이었다. 내가 제주도에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청사포에 갔다

어제는 고등학교 동기인 하태와 상호, 영보와 함께 부산에 다녀왔다. 이들은 내가 장가갈 때 함을 진 친구들인데,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에 지난 시월의 아들 결혼식때는 멀리 울산과 양산에서 달려와 축하해 주었었다. 그래서 내가 오래 묵혀 왔던 그 오랜 고마움과 40년 후의 새로운 고마움을 함께 표시하기 위해 점심을 사기로 한 것이다. 미리 약속한 대로 나는 차를 몰고 시지로 가서 오전 열 시에 영보를 만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울산 언양으로 가서 열한 시 조금 지나 하태를 만났다. 그리고 다시 부산쪽으로 가다가 양산의 상호를 차에 태웠다. 우리가 정오가 지나 도착한 곳은 청사포 해안이었다. 토요일이라서 바닷가 주차장은 붐볐다. 늘어선 식당들은 모두 바다를 내려다보기 좋도록 높은 축대 위에 지어져 있었고,..

울산 부산 김해 여행

소꿉친구 병국이의 제안으로,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두 부부가 2박3일의 일정으로 한반도의 남동 해안쪽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서 매일 7천명대에 이르고 델타변이에 이어 오미크론변이도 확산되고 있지만, 아내와 나는 친구 부부의 제안을 마다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선뜻 동의를 하고 그저께 아침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코로나 2차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을 맞은지 4개월이 지난 나는 3차 백신(모더나)을 맞은지 17일이 지났으므로 항체가 생겼겠지만, 아내는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채 떠나는, 조금은 불안한 여행이었다. 첫 여행지로 도착한 곳은 울산 간절곶이었다. 울산 바닷가라면 울기등대가 있는 대왕암공원쪽으론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바닷가에 펼쳐진 드넓은 잔..

반구대 암각화

토요일인 어제, 아내와 함께 울산에 다녀왔다. 만날 바쁘다는 울주의 김교수가 오랜만에 대구에 오겠다는 것을 말리고 우리가 간 것이다. 학교에서 그를 만나 함께 나의 차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정자항에 가서 대게를 먹었는데, 대게 값은 그가 내었다. 다시 학교로 와서 널따란 구내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함께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가려다가 시간이 늦어 아내와 나만 돌아오는 길에 반구대에 들렀다. 마을 어귀에 주차를 한 뒤 나무 다리를 건너고 대숲길을 지나 10분쯤 걸어서 암각화 맞은편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연댐의 물이 지금은 많이 빠져서 암벽이 모두 드러나 있었지만, 암각화의 윗부분까지 물이 찼던 흔적이 역력했다. 이암(泥巖)에 새겨진 이 그림들이 댐이 건설되고 나서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