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자기가 창작한 시의 첫 독자이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시가 말하는 바를 자신이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깨닫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주변의 사물들을 혹은 자신 안에 있지만 불분명한 존재들을 그냥 흘려보내거나 무심히 대하지 않는다면 시인은 그들과 서로 주고받은 교류를 작품으로 남길 수 있고 그것 자체가 그가 보낸 시간의 기록물이자 내 고독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이 없는 풍경은/기대어 서고 앉아도 보고 말을 걸면/의미가 생기”듯 “열리지 않는 문고리”도 “말을 걸면 화분이 되”고 “풍경”(「구례」)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서 얻는 만족과 기쁨이 창작의 절박함 때문에 받는 괴로움을 상쇄한다면 시인은 어떤 식으로든 구원받는다. 이 시집에는 앙리 루소의 그림 〈잠자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