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김선영 대가가 되어 고개 숙인 벼 겸손히 허리를 구부리고 들여다보아야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돌팔매로 떨어져 가는 참새 한 마리 그것에 맞는 것은 아무도 없다 시간과 나란히 기차는 달리고 그리운 것들은 먼 들판 가물거리는 산 그림자만큼 두어야 한다 속기여 이름 모르는 먼 들녘 산에 살아 처사가 되어라 난해한 시여 가을 하늘은 넓어서 아아 거기엔 산이 없어 흘러가면 만날 것이다 거기엔 거기엔 국경이 없어 신분증 없어도 만날 것이다 자동차 없이 가도 만날 것이다 맨발 깨끗이 닦아 신고 가 파아란 공기에 발자국 찍으면 릴케와 윤동주 이웃집에 살지 지구는 누렇게 익어 가고 그때 기차를 내리자 ―시집 『그리움의 식물성』 2010 -----------------------------------------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