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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 도문, 백두산, 용정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아내와 나는 백두산(북파)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여행은 처음이다. 여러 여행사를 통해 모인 16명의 여행객들은 대구공항에서 티웨이 항공편으로 11시 10분에 출발하여 연길(옌지) 공항에 현지시간으로 12시 30분에 도착하였다. 1시간이 늦어지는 시차를 감안하면 2시간 20분을 비행한 셈이다. 그런데, 연길은 경도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포항과 비슷한 위치라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거의 같을 텐데 어째서 1시간의 시차가 있는 것일까? 그건 중국이 동서로 긴 국토를 가졌으면서도 동경 120도를 기준한 단일 표준시를 사용하고 우리나라는 동경 135도를 기준한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어서 15도의 경도차가 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연길 상공에 ..

어두운 마음 - 이영광

어두운 마음   이영광(1965~ )     모르는 어떤 이들에게 끔찍한 일 생겼다는 말 들려올 때   아는 누가 큰 병 들었다는 연락 받았을 때   뭐 이런 날벼락이 다 있나, 무너지는 마음 밑에   희미하게 피어나던   어두운 마음   다 무너지지는   않던 마음   내 부모 세상 뜰 때 슬픈 중에도   내 여자 사라져 죽을 것 같던 때도   먼바다 불빛처럼 심해어처럼 깜빡이던 것,   지워지지 않던 마음   지울 수 없던 마음   더는 슬퍼지지 않고   더는 죽을 것 같지 않아지던   마음 밑에 어른거리던   어두운 마음   어둡고 기쁜 마음   꽃밭에 떨어진 낙엽처럼,   낙엽 위로 악착같이 기어나오던 풀꽃처럼   젖어오던 마음   살 것 같던 마음   반짝이며 반짝이며 헤엄쳐 오던,   살 것만..

내가 읽은 시 2024.06.27

텃밭 식구들의 근황

지난 주말에 북상했던 장마전선은  이곳 팔공산 지역에 하루만에 30mm 정도의 비를 뿌려 가물던 텃밭을 적셔 주고는 다시 남쪽으로 물러나 있다. 아직 7월도 오지 않았지만 기온은 연일 30도를 훨씬 웃돌며 무덥다. 이런 가운데 텃밭 식구들은 열심히 자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워가고 있다. 저희들에게 할애된 계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고구마는 무성해진 잎들이 본격적으로 덩굴을 뻗칠 채비를 하고 있고, 참깨는 아래쪽부터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도 키가 많이 자라서 먼저 달린 열매는 매운맛이 돌기 시작했다. 여남은 포기의 토마토들도 한창 열매를 맺는 중인데, 그중 흑토마토 네 포기는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이웃마을 친구가 자기 밭에 심고 남은 것이라며 내게 준 것이다. 복..

텃밭 일기 2024.06.24

별의 방목 - 한기팔

별의 방목 한기팔(1937~2023) 영혼이 따뜻한 사람은 언제나 창가에 별을 두고 산다. 옛 유목민의 후예처럼 하늘의 거대한 풀밭에 별을 방목한다. 우리의 영혼은 외로우나 밤마다 별과 더불어 자신의 살아온 한 생을 이야기한다. 산마루에 걸린 구름은 나의 목동이다. 연못가에 나와 앉으면 물가를 찾아온 양 떼처럼 별들을 몰고 내려와 첨벙거리다 간다.

내가 읽은 시 2024.06.15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 한기팔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한기팔 (1937~2023)     눈이내리다 갠 날 아침   그 아득한 푸름 속을   새 몇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네   온 천지가 한 색깔이니   날아갈 하늘이 없네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이 환한 화엄 속을   늙은 선승이 혼자서   길을 가고 있네   전 우주가 다 보이니   선과 악이 따로 없네

내가 읽은 시 2024.06.14

바다 옆에 집을 짓고 - 한기팔

바다 옆에 집을 짓고   한기팔(1937~2023)     바다 옆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까   밤이면   파도소리, 슴새 울음소리 들으며   별빛 베고   섬 그늘 덮고 자느니   그리움이 병인 양 하여   잠 없는 밤   늙은 아내와   서로 기댈   따뜻한 등이 있어   서천에 기우는 등 시린 눈썹달이   시샘하며 엿보고 가네.     -----------------------   한기팔 / 1937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서귀포』『불을 지피며』『마라도』『풀잎소리 서러운 날』『바람의 초상』『말과 침묵 사이』『별의 방목』

내가 읽은 시 2024.06.14

오디오 마니아들과 함께

오늘 오후엔 두 오디오 마니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집과 가까운 지묘동에 옛 직장 동료가 자기만의 멋진 음악실을 갖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에 다른 한 옛 동료와 함께 그곳에 놀러갔었다. 과연 널찍한 공간에 멋진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거기서 몇 곡의 연주곡과 좋아하는 옛 노래를 듣다보니 또 다른 오디오 마니아인 초등학교 동기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그에게 문자로 연락을 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보낸 오디오 시스템 사진을 보더니 '크랑필림 스피커보다 친구가 더 보고 싶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네 사람이 지묘동의 그 음악실에서 만난 것이다. 동기 친구는 우리들에게 '크랑필림' 스피커와 엠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해 주었다. 이 시스템은 대구의 누구..

텃밭 일기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