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124

새로운 카메라와 헌 책상

어제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울산에 다녀왔다. 김교수의 아파트에 들러서 먼저 콤펙트 디지털 카메라 두 대를 전달받았다. 카메라는 Canon의 G7X-markⅢ와 Panasonic의 LUMIX zs200d이다. 사진 마니아인 김교수로부터 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잠시 들은 후 창밖 풍경을 줌인하여 시험 촬영을 해보았다. 두 대 모두 선명하게 사진이 잘 찍혔지만, 아직은 복잡한 촬영 모드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 앞으로 사용해 보면서 어느 것이 나의 취향과 용도에 더 맞는지 검토해 볼 생각이다. 그가 비교하며 설명해준 두 디카의 스펙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G7X-markⅢ : 1인치 센서(CMOS), 20.1메가픽셀, 24~100mm렌즈(9군11매), f1.8~2.8 조리개, 틸트형 모니터, 30..

텃밭 일기 2024.04.25

팔공산 종주(4) - 가산바위에서 파계재까지

어제는 내가 1년에 한두 번씩 3년에 걸쳐 구간별로 실행해 오던 팔공산 주능선 종주를 마무리하였다. 지지난해 1월의 파계재―동봉, 그해 가을의 동봉―관봉(갓바위), 올해 1월의 능성재(환성산)―초례봉 종주에 이어 남은 구간인 가산바위―파계재를 종주한 것이다. '가팔환초'라고 불리는 팔공산 주능선 종주 코스에서 첫 순서가 되곤 하는 가산이 어쩌다 보니 내겐 맨 나중 순서가 되어 '팔환초가'가 되었다.내가 한 달 남짓만에 다시 팔공산 종주에 나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며칠 전에 시내엔 비가 내렸지만, 높은 산엔 그 비가 눈으로 내렸었다. 그래서 팔공산 주능선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였던 데다 봄이 온 것같이 푸근하던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상고대가 많이 피어 절경일 것이라고 ..

텃밭 일기 2024.02.25

라원이의 첫돌

어제는 우리 집안의 천사 라원이의 첫돌이었다. 가족들만 참석한 조촐한 돌잔치는 하루를 앞당긴 그저께 저녁에 서울의 아차산 자락에 있는 워커힐 호텔 별관인 '명월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라원이, 그의 엄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인 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큰아빠, 이모와 이모부, 이렇게 열 분이었다. 그저께 아침에 할머니와 나는 동대구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울산에서 같은 열차를 타고 오는 큰아빠인 김교수를 만나 함께 서울역에 내렸다. 안식년을 맞아 서울에 작은 오피스텔을 마련했다는 김교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광진구 자양동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그 오피스텔을 구경하며 잠시 쉰 후에, 택시를 타고 명월관으로 갔다. 한옥 건물인 명월관에서 라원이는 부모와 함께 미리 나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텃밭 일기 2024.02.22

팔공산 종주(3) - 능성재에서 초례봉까지

오늘은 팔공산 주능선의 동남쪽 끝자락을 이루고 있는 환성산과 초례봉을 등산하기 위해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여러 날 벼르던 것을 오늘 실행하게 된 것은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적다는 예보가 있었던 데다 월요일이라 등산로가 한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번 능성재ㅡ초례봉 종주는 지지난해 겨울의 파계재ㅡ염불봉을 시작으로 그해 가을의 동봉ㅡ관봉(갓바위)에 이은 세번째 팔공산 구간 종주가 되는 셈이다. 갓바위행 '401번' 버스를 타고 '갓바위삼거리'에서 하차하여, 거기서 능성재(우정식당)까지 3.2km 구간을 걸었다. 이곳의 진인동과 능성동에는 예전에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와 중학교 동기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도 나처럼 먼 학굣길을 걸어다녀야 했었다. 15년쯤 전에 이 넓고 곧은 도로가 개통되어서 옛날보..

텃밭 일기 2024.01.15

별천지에 다녀오다

날이 많이 풀려서 어제는 자전거를 함께 타려고 아침에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봉환은 오전에 볼일이 있어서 오후에 타자고 했고, 태용은 부인과 함께 마트에 가기로 해서 안 되겠다고 하였고, 재현은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창수 형님에게 전화하여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고, 장소는 그 형님의 집 부근인 노변동蘆邊洞의 한 삼계탕집으로 정하였다. 봉환과 재현에게도 오후 1시까지 그 식당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라고 했다. 봉무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그곳까지 왕복해야 하는 내게는 충분한 운동이 되지만, 두 친구는 거기서 가까운 사월동沙月洞과 정평동正坪洞에 살기 때문에 점심을 먹은 후에 함께 금호강 자전거길을 좀더 탈 생각이었다. 창수 형님은 옛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이자 선배인데, 오랜만에 만났다..

텃밭 일기 2023.12.07

파군재를 넘어 동화천을 따라

며칠 전, 오랜만에 파군재를 넘어 동화천을 따라 자전거를 탔었는데, 오늘도 그쪽이 좋아서 같은 길을 탔다. 파군재는 공산터널 옛길의 '내동재'보다는 높지 않지만 우리 동네에선 가장 큰 고개라서 댄싱*으로 올라가면 제법 숨이 찬다. 그건 그만큼 운동이 된다는 의미다. 이 고개를 넘고 나면 동화천을 따라 연경까지 가는 자전거길은 닦은 지 몇 년 안 되는 평탄한 길이다. 연경의 '동화1교'를 건너기 직전 다릿목에서 좌측 낮은길로 내려가 동화천 좌안(左岸)을 따라 조금 가다가 '외곽순환고속도로' 굴다리와 톨게이트 옆을 지나고, 다시 동화천을 따라 내려가면 동변동에 이른다. 거기서 건너편의 동화천 우안(右岸) 쪽은 서변동이다. 여기서는 경부고속도로가 금호강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횡단하고 있는데, 바로 그 다리 밑에..

텃밭 일기 2023.11.11

고구마 캐기

수년 동안 들깨와 참깨, 마늘과 양파, 콩 등을 심던 밭의 일부에 돌려짓기 하여 올해는 고구마를 세 이랑 반 심었다. 자색고구마, 밤고구마, 꿀고구마 등 세 종류의 고구마를 각각 100여 포기씩 심었었다. 그때가 지난 5월 중순, 자전거 사고로 아내가 입원해 있을 때였다. 자색 고구마 모종은 내가 직접 싹을 키운 것이었고 밤고구마와 꿀고구마 모종은 불로5일장에서 산 것이었다. 고구마는 이종 동생들을 불러 함께 캐었다. 매제와 조카도 함께 했다. 밭에 가득 얽힌 고구마 덩굴들을 낫으로 베어 걷어내고 멀칭 비닐까지 걷아낸 다음, 호미와 삽과 포크로 이랑에 돋우어진 북을 파헤쳐 고구마를 캐었다. 작업인원이 많아서 한결 쉬웠다. 그런데, 고구마를 캐어 보니 달린 숫자는 많았으나 크기는 대체로 잘았다. 유례없이 ..

텃밭 일기 2023.10.13

신천을 타다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기온이 낮에는 아직도 30도에 육박하지만 아침 최저기온은 20도 이하로 떨어지곤 해서 새벽에 자전거를 타면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뿐해진다. 자전거타기도 만날 가던 길만 가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저께 아침에는 정든 불로천변을 버리고 금호강을 거슬러 동촌, 안심을 지나 반야월까지 다녀왔고, 어제는 파군재를 넘어 지묘동에서 동화천을 따라가며 연경을 거쳐 금호강에 합류하여 산격 대교와 공항교를 건너 돌아왔었다. 오늘은 삶은 감자 두어 개와 우유 한 컵으로 아침을 때우고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신천을 거슬러 상동교까지 다녀왔다. 이 구간은 전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벌써 이태는 지난 것 같아서 오랜만에 다시 가보고 싶었던 길이다. 금호강은 대구 외곽을 동에..

텃밭 일기 2023.09.10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올 여름은 유례없이 긴 장마에다 강수량도 많았고 유난히 더웠다. 아직도 낮에는 33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더위를 피하여 아내와 나는 산가에 머물면서 텃밭 일을 하고 볼일이 있을 때만 가끔 시내에 나오곤 했었다. 어제는 참깨를 쩌서 비닐하우스 안에다 세워 두었고, 지난주에는 김장배추도 모종했다. 익은 고추를 따서 고추 건조용 미니 비닐하우스에다 넣어 두었으므로 며칠은 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텃밭 일이 좀 한가해졌고 조석으론 제법 서늘해서 어제 시내로 나왔다. 산가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탄탄하던 허벅지 근육이 많이 풀린 느낌이다. 지난봄에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팔이 부러진 아내는 이제 많이 나았지만 아직 오른팔을 맘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완치가 된다 해도 앞으로는 겁이 나서 자전거를 타지..

텃밭 일기 2023.08.26

감자를 캐며

나의 폰에 내장된 캘린더 앱의 3월 19일자엔 ‘감자 및 완두 파종’이라고 메모되어 있다. 완두는 이미 열흘 전에 수확이 끝나 그 자리에 옥수수 2차 파종을 하였다. 물론 그 무렵에 파종했던 옥수수는 지금 내 키보다 훨씬 더 자라 꽃이 한창 피어 있다. 오늘은 장마가 주춤한 틈을 타 감자를 캐었다. 감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이랑에 흰 감자와 붉은 감자를 한 이랑씩 심었었다. 감자를 심을 때 이랑에다 가마솥 아궁이의 재를 퍼다가 듬뿍 뿌려준 데다 봄 가뭄이 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알이 제법 굵다. 호미와 손으로 파헤치는 흙 속에서 포기마다 네댓 개씩 감자가 뛰어나온다. 다친 팔이 아직 다 낫지 않아 밤에는 많이 아프다는 아내도 옆에서 거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이 산골에까지 고구마는 아직 ..

텃밭 일기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