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신천을 타다

공산(功山) 2023. 9. 10. 15:15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기온이 낮에는 아직도 30도에 육박하지만 아침 최저기온은 20도 이하로 떨어지곤 해서 새벽에 자전거를 타면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뿐해진다. 자전거타기도 만날 가던 길만 가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저께 아침에는 정든 불로천변을 버리고 금호강을 거슬러 동촌, 안심을 지나 반야월까지 다녀왔고, 어제는 파군재를 넘어 지묘동에서 동화천을 따라가며 연경을 거쳐 금호강에 합류하여 산격 대교와 공항교를 건너 돌아왔었다.
 
오늘은 삶은 감자 두어 개와 우유 한 컵으로 아침을 때우고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신천을 거슬러 상동교까지 다녀왔다. 이 구간은 전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벌써 이태는 지난 것 같아서 오랜만에 다시 가보고 싶었던 길이다. 금호강은 대구 외곽을 동에서 서로 흘러 낙동강에 합류하고, 신천은 대구 시가지의 한가운데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러 금호강에 합류한다. 우리 동네 봉무동에선 서편에 금호강이 흐르는데, 그 금호강 우안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공항교를 건너 다시 금호강 좌안을 따라 검단동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면 신천이 금호강을 만나는 곳에 침산교가 있다.
 
 

칠성시장 부근을 지날 때의 신천대로 밑


그 침산교 앞의 잠수교를 오른쪽으로 건너서  신천 좌안의 자전거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금호강을 따라 내려가면 낙동강과 만나는 곳인 강정보가 나오지만, 나는 신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신천변에는 요즘 '가우라' 꽃이 한창이었고 드문드문 코스모스가 피어 있기도 하였다. 희망교 앞에는 '당종려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와 부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식물을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웠다. 언제부터 당종려나무가 여기 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혹독한 대구의 추위를 견뎌야 할 그를  응원하기 위해 겨울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교 앞의 가우라 꽃과 당종려나무


신천 자전거길은 상동교에서 끊기는데, 돌아올 땐 징검다리를 건너 우안을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는 몇 그루의 곧고 훤칠한 금강송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집에 돌아와서 지도를 검색하며 안 사실이지만, 신천 좌안 자전거길은 상동교에서 끝나지만, 우안 자전거길은 더 거슬러 올라가 파동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음 기회엔 파동을 지나 신천 상류의 옛 마을들까지도 한번 가 볼 생각이다. 참고로, 내가 오늘 신천을 거슬러 통과한 다리의 이름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침산교―성북교―도청교―경대교―칠성교―신성교―신천교―동신교―수성교―대봉교―희망교―중동교―상동교. 
 
 

상동교 앞의 징검다리
신천 우안에 서 있는 멋진 금강송들


오늘 나의 라이딩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신천에서 금호강을 만나 좌안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오다가 공항교를 건널 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새벽에 이 다리를 건너갈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돌아올 땐 난간을 화사하게 장식하고 있는 '사피니아' 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더구나 그 꽃 너머로는 멀리 고향 팔공산이 수려한 좌우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선명히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사피니아 꽃과 금호강과 팔공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5km쯤을 더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공항교 위에서 바라본 금호강과 내 고향 팔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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