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고구마 캐기

공산(空山) 2023. 10. 13. 21:08

수년 동안 들깨와 참깨, 마늘과 양파, 콩 등을 심던 밭의 일부에 돌려짓기 하여 올해는 고구마를 세 이랑 반 심었다. 자색고구마, 밤고구마, 꿀고구마 등 세 종류의 고구마를 각각 100여 포기씩 심었었다. 그때가 지난 5월 중순, 자전거 사고로 아내가 입원해 있을 때였다. 자색 고구마 모종은 내가 직접 싹을 키운 것이었고 밤고구마와 꿀고구마 모종은 불로5일장에서 산 것이었다.
 
고구마는 이종 동생들을 불러 함께 캐었다. 매제와 조카도 함께 했다. 밭에 가득 얽힌 고구마 덩굴들을 낫으로 베어 걷어내고 멀칭 비닐까지 걷아낸 다음, 호미와 삽과 포크로 이랑에 돋우어진 북을 파헤쳐 고구마를 캐었다. 작업인원이 많아서 한결 쉬웠다.

그런데, 고구마를 캐어 보니 달린 숫자는 많았으나 크기는 대체로 잘았다. 유례없이 길고 강수량이 많았던 장마에 덩굴이 웃자라는 것을 막고 덩이뿌리를 크게 하며 당도를 높이고 맛을 좋게 한다는 황산가리를 물에 500배 정도로 희석하여 두어 번 엽면에 뿌려 주기도 하고, 곁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덩굴을 뒤집어 주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고구마가 잘다는 것은 역시 긴 장마로 일조량이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동생들이 가지고 갈 것만 캐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을 것이므로 열흘쯤이라도 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면 고구마가 좀더 굵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고구마 캐기가 끝난 뒤 동생들과 모처럼 마당의 잔디 위에 둘러앉았다. 돼지고기 구이, 닭백숙, 술과 음료수, 삶은 옥수수와 밤, 청포도 등의 음식이 푸짐하였다. 물론 그것들은 동생들이 준비해온 것들과 아내와 내가 준비한 것들이었다.
 

마당에 핀 용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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