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어두운 마음 - 이영광

공산(功山) 2024. 6. 27. 19:27

   어두운 마음

   이영광(1965~ )

 

 

   모르는 어떤 이들에게 끔찍한 일 생겼다는 말 들려올 때

   아는 누가 큰 병 들었다는 연락 받았을 때

   뭐 이런 날벼락이 다 있나무너지는 마음 밑에

   희미하게 피어나던

   어두운 마음

   다 무너지지는

   않던 마음

   내 부모 세상 뜰 때 슬픈 중에도

   내 여자 사라져 죽을 것 같던 때도

   먼바다 불빛처럼 심해어처럼 깜빡이던 것,

   지워지지 않던 마음

   지울 수 없던 마음

   더는 슬퍼지지 않고

   더는 죽을 것 같지 않아지던

   마음 밑에 어른거리던

   어두운 마음

   어둡고 기쁜 마음

   꽃밭에 떨어진 낙엽처럼,

   낙엽 위로 악착같이 기어나오던 풀꽃처럼

   젖어오던 마음

   살 것 같던 마음

   반짝이며 반짝이며 헤엄쳐 오던,

   살 것만 같던 마음

   같이 살기 싫던 마음

   같이 살게 되던 마음

   암 같은 마음

   항암 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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