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 이학성 내가 바라는 연애는 한시라도 빨리 늙는 것 그래서 은발(銀髮)이 되어 그루터기에 앉아 먼 강물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 될 수 있다면 죽어서도 살아 실컷 떠돌이구름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성냥을 칙 그어 시거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라면 어딘가로 멀리 달아나 생의 꽃술에 입맞춤하는 은나비처럼 한 시절도 그립거나 후회 않노라 고백하는 것 그리하여 누구나의 애인이 되거나 아니 그것도 쉽지 않노라면 그리는 못 되어서 아득하게 잊혀가는 것! ―시집 『저녁의 신』 (2023) ----------------------------------- 페르소나(persona)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칼 융에 따르면 “실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