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사슴」1936. 1. --------------------------- 금덤판 - 금점판. 예전에 주로 수공업적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섶벌 - 토종벌을 이르는 말로 토종벌 중에서도 꿀을 모우기 위해 주로 나가다니는 '일벌'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