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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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이 - 뱁새
마가리 - 오막살이
고조곤히 - 고요하게
● 백석 – 1912년 평북 정주 출생. 본명은 백기행. 1935년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등단.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간했고, 같은 해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고 함경남도 함흥에서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함. 만주를 거쳐 안동, 신의주에 머물다가 해방이 되자 고향 정주로 돌아가 집필 활동에 매진함. 6.25 전쟁 후에도 북한에 남아 다양한 작품활동을 함. 19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 발표.
●『백석시전집(白石詩全集)』(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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