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여승

공산(空山) 2015. 12. 13. 19:30

   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 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사슴19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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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덤판 - 금점판. 예전에 주로 수공업적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섶벌 - 토종벌을 이르는 말로 토종벌 중에서도 꿀을 모우기 위해 주로 나가다니는 '일벌'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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