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47

湯藥

湯藥 백석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하로읗에 곱돌탕관에 약이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봉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보한다는 六味湯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올으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하다 그리고 다딸인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것은 아득하니 깜하야 萬年 녯적이 들은듯한데 나는 두손으로 곻이 약그릇을들고 이약을내인 녯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내마음은 끝없시 고요하고 또 맑어진다 ―「시와 소설」 1호, 1936.3. -------------------- 다딸이다 - 다 달이다 밭다 - 건더기 있는 액체를 체 같은 데에 따라서 국물만 받아내다

백석 2016.12.29

노루

노루 -- 興州詩抄 2 백석 長津땅이 지붕넘에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찻떡이 흖한데다 이거리에 산곬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왔다 산골 사람은 막베등거리 막베잠방둥에를 입고 노루새끼를 닮었다 노루새깨등을 쓸며 터앞에 당콩순을 다먹었다고 하고 설흔닷냥 값을 불은다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힌점이 백이고 배안의털을 너슬너슬벗고 산곬사람을 닮었다 산곬 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 듯이 새깜안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한다 ―「조광」 3권 10호, 1937. 10. ---------------------------------- 넘석하다 - 크게 힘을 들이지 않게 가깝다. 혹은 앞으로 기울일 사하다 자구나무 - 자귀나무. 밤에는 잎이 오므라듦. 다리다 - 데리다 막베등거리 ..

백석 2016.12.29

박각시 오는 저녁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조선문학독본」 1938. ------------------------------- 당콩 - 강낭콩 박각시 - 나비목 박각싯과에 속하는 나방 주락시 - 줄박각시. 나비목 박각싯과의 나방 돌우래 - 땅강아지. 메뚜기목 땅강아짓과의 곤충 팟중이 - 팥중이. 메뚜깃과의 곤충

백석 2016.12.29

北關

北關 ― 咸州詩抄 1 백석 明太창난젖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익힌 것을 이 투박한 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꿀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깜아득히 新羅백성의 鄕愁도 맛본다 ―「조광」 3권 10호, 1937. 10. ---------------------------------- 고추무거리 - 고추를 빻아 체로 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끼. 거친 고춧가루 끼밀다 - 어떤 물건을 끼고 앉아 얼굴 가까이 들이밀고 자세히 보며 느끼다 배척하다 - 조금 배린 맛이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얼근하다 - 조금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다

백석 2016.12.18

安東

安東 백석 異邦거리는 비오듯 안개가 나리는 속에 안개가튼 비가 나리는 속에 異邦거리는 콩기름 쪼리는 내음새 속에 섭누에번디 삶는 내음새 속에 異邦거리는 독기날 별으는 돌물네소리 속에 되광대 켜는 되앙금소리 속에 손톱을 시펄하니 길우고 지나간 창꾀쯔는 줄줄 끌고시펏다 饅頭꼭깔을 눌러쓰고 곰방대를 몰고 가고시펏다 이왕이면 香내노픈 취향梨돌배 움퍽움퍽 씹으며 머리채 츠렁츠렁 발굽을 차는 꾸냥과 가즈런히 雙馬車 몰아가고시펏다 ―「조선일보」 1939. 9. 13. ------------------------------- 섭누에번디 - 섶누에(산누에)의 번데기 돌물네 - 칼, 도끼, 가위 등의 무뎌진 날을 벼리게 만든 회전 숫돌 되광대 - 중국인 광대 되앙금 - 중국 양금 창꽈쯔 - 長快子. 중국식 긴 저고리 꾸냥..

백석 2016.12.18

三千浦

三千浦 ― 南行詩抄 4 백석 졸레졸레 도야지새끼들이 간다 귀밋이 재릿재릿하니 볏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다 재ㅅ덤이에 까치올으고 아이올으고 아지랑이올으고 해바라기 하기조흘 벼ㅅ곡간마당에 벼ㅅ집가티 누우란 사람들이 둘러서서 어늬 눈오신날 눈을 츠고 생긴듯한 말다툼소리도 누우라니 소는 기르매지고 조은다 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조선일보」 1936. 3. 8. ---------------------------------- 기르매 - 길마.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 때 말이나 소의 등에 안장처럼 얹는 도구.

백석 2016.12.18

昌原道

昌原道 ― 南行詩抄 1 백석 솔포기에 숨엇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십흔 山허리의 길은 업데서 따스하니 손녹히고십흔 길이다 개덜이고 호이호이 회파람불며 시름노코 가고십흔 길이다 궤나리봇짐 벗고 따ㅅ불노코 안저 담배 한대 피우고십흔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십흔 길이다 덕거머리총각은 정든님업고 오고십흔 길이다 ― 「조선일보」 1936. 3. 5. -------------------------- 업데다 - 엎드리다 덜이다 - 데리다 따ㅅ불 - 땅불, 화톳불 덕신덕신 - 이러쿵 저러쿵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백석 2016.12.18

未明界

未明界 백석 자즌닭이 울어서 술국을 끄리는듯한 鰍湯집의 부엌은 뜨수할것같이 불이 뿌연히 밝다 초롱이 히근하니 물지게군이 우물로 가며 별사이에 바라보는 그믐달은 눈물이 어리었다 행길에는 선장대여가는 장군들의 종이燈에 나귀눈이 빛났다 어데서 서러웁게 木鐸을 뚜드리는 집이 있다 ----------------------------- 자즌닭 - 자주 우는 닭 선장 - 이른 아침에 서는 장. 본장은 낮에 선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백석 2016.12.18

城外

城外 백석 어두어오는 城門밖의 거리 도야지를 몰고가는 사람이 있다 엿방앞에 엿궤가 없다 양철통을 쩔렁거리며 달구지는 거리끝에서 江原道로 간다는 길로 든다 술집 문창에 그느슥한 그림자는 머리를 얹혔다 --------------------------- 엿방 - 엿을 만들어 파는 집, 엿도가 엿궤 - 엿을 담도록 만든 장방형의 널판상자 그느슥하다 - 몸이 몹시 야위고 허약해 보이다

백석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