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方에서
-- 鄭玄雄에게
백석
아득한 녯날에 나는 떠났다
扶餘를 肅愼을 渤海를 女眞을 遼를 金을.
興安嶺을 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익갈나무의 슬퍼하든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않었다
오로촌이 멧돌을 잡어 나를 잔치에 보내든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딸어나와 울든것도 잊지않었다.
나는 그때
아모 익이지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해ㅅ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츰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못했다.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녯날이 비롯하는때
이제는 참으로 익이지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녯 한울로 땅으로-― 나의 胎盤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것은 우럴으는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문장』2권 6호. 194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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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안령(興安嶺): 중국 동북지방의 대흥안령과 소흥안령을 아울러 일컬음. 서쪽을 북동 방향으로 달리는 연장 120Km의 대흥안령 산계와 북부에서 남동 방향으로 옮겨 흑룡강을 따라 달리는 연장 400Km의 소흥안령 산계로 나뉨.
음산: 음지산맥 부근의 지역.
아무우르(Amur): 흑룡강 주변의 지역.
숭가리(Sungari): 송화강. 중국 만주에 있는 큰강.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하여 북으로 흘러 눈강(嫩江)과 합류하여 흑룡강으로 빠짐.
장풍: 창포. 뿌리는 한약재로 쓰임.
오로촌: 만주의 유목민족. 매우 예절 바른 부족으로 한국인과 유사함.
멧돌: 멧돼지.
쏠론(Solon): 남방 퉁구스족의 일파. 아무르강의 남방에 분포함.
앞대: 평북에서 그 남쪽의 지방을 일컫는 말
돌비: 돌로된 비석
미치고: 몹시 불고
보래구름: 많이 흩어져 날리고 있는 작은 구름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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