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83

인빅터스(invictus) -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인빅터스(invictus)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1849~1903)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한다. 옥죄어 오는 어떤 잔인한 상황에서도 나는 머뭇거리거나 울지 않았노라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곳 너머로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리라 상관치 않으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운명의 두루마리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1875) invíctus: 지지 않는, 정복되지 않은, 당하지 않는 ________________ William ..

외국의 시 2017.08.27

나 자신의 노래 32 - W.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32 W. 휘트먼 나는 몸을 바꾸어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아주 태평하고 자족하다. 나는 서서 그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애쓰지 않고, 저희들의 상황에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깨어 일어나, 저희 죄 때문에 울지 않는다. 그들은 신에 대한 의무를 논하며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한 놈도 불만인 놈은 없고, 한 놈도 소유욕으로 미쳐 있지 않다. 한 놈도 다른 놈에 대하여, 또는 수천 년 전에 산 동류에 대하여 무릎을 꿇지 않는다. (下略) ―「휘트먼」혜원출판사, 이창배 譯, 1987.

외국의 시 2017.07.18

오래된 샘 - 한스 카로사

오래된 샘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1956 독일의 시인, 작가, 의사) 램프를 끄고 잠이 들라. 오직 들려오는 소리는 오래된 샘의 잠들지 않는 물 흐르는 소리이다. 곧 당신은 알게 되리라, 모든 나의 집 손님들이 그러했듯이, 당신이 그 물 흐르는 소리에 익숙해짐을. 그러나 가끔씩, 꿈꾸던 중에, 온 집안에 어떤 이상스런 편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발걸음이 안마당 자갈을 저벅저벅 밟고 들어와, 낭랑하게 울리던 물소리가 조용히 멈추고, 그러면 당신은 깨어난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 땅 위에 수많은 별들은 고요히 머물러 있다. 그것은 다만 한 여행자가 돌로 된 샘터에서 그의 손에 약간의 물을 받는 것이다. 곧 그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기..

외국의 시 2017.07.03

담장 수리(Mending Wall) - 로버트 프로스트

담장 수리(Mending Wall) 로버트 프로스트 뭔지 담을 좋아하지 않는 게 있어, 그게 담 밑의 언 땅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담 위의 돌들을 밖으로 굴러내리게 하지요. 그래서 두 사람이 넉넉히 지나다닐 수 있는 틈을 만들거든요. 사냥꾼들이 하는 짓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들이 담을 다 망가뜨리고 지나간 뒤 나는 그걸 수리한 적이 있지만 허나 그들은 토끼를 몰아 짖어대는 개들을 즐겁게 해주거든요. 내가 지금 말하는 틈은 누가 그랬는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봄에 수리하다 보면 그렇게 돼 있단 말예요. 나는 언덕 너머 사는 이웃집에 알리고, 날을 받아 만나서 두 집 경계선을 걸으며 두 집 사이에 다시 담을 쌓아 올리죠. 우리는 우리 사이에 담을 유지해요. 담 양쪽에 떨어진 돌들을 서로가 줏어올려야 하구..

외국의 시 2017.03.14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안보이는 곳에 일년중 가장 어두운 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무슨 착오라도 일으킨게 아니냐는 듯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 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눈내리는 소리 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십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십리를 더 가야 한다. (정현종 역)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

외국의 시 2017.03.13

목장 - 로버트 프로스트

목장 로버트 프로스트 샘 치러 나가볼까 합니다. 그저 물 위의 나뭇잎이나 건져 내려구요. (물이 맑아지는 걸 지켜볼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엄마소 옆에 있는 어린 송아지를 데리러 가려구 해요. 너무 어려서 엄마소가 핥으면 비틀거리지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정현종 역) THE PASTURE I'm going out to clean the pasture spring; I'll only stop to rake the leaves away (And wait to watch the water clear, I may): I sha'n't be gone long. - You come too. I'm going out to fetch the little calf ..

외국의 시 2017.03.13

풀베기(Mowing) - 로버트 프로스트

풀베기(Mowing) 로버트 프로스트 숲 옆에서는 한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속삭인 말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사랑스럽고 즐거운 꿈. 나의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놓고 있었다. (정현종 역)

외국의 시 201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