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기(Mowing)
로버트 프로스트
숲 옆에서는 한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속삭인 말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사랑스럽고 즐거운 꿈.
나의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놓고 있었다.
(정현종 역)
'외국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0) | 2017.03.13 |
---|---|
목장 - 로버트 프로스트 (0) | 2017.03.13 |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0) | 2016.06.29 |
이니스프리 호수 섬(The Lake Isle of Innisfree)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0) | 2016.06.29 |
푸른 소녀들(Blue Girls) - 존 크로우 랜섬 (0) | 2016.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