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invictus)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1849~1903)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한다.
옥죄어 오는 어떤 잔인한 상황에서도
나는 머뭇거리거나 울지 않았노라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곳 너머로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리라
상관치 않으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운명의 두루마리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1875)
invíctus: 지지 않는, 정복되지 않은, 당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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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Ernest Henley(1849-1903)는 빅토리아 시대 후기 영국의 시인이자 작가, 비평가 및 편집자이다. “Invictus”라는 시로 유명하다 이 시는 시인 자신의 불굴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시로 그의 생을 대표하는 시가 되었다.
그는 12세 때 결핵성 골수염을 앓아 스무 살이 되기 전 왼쪽 다리를 절단했는데, 그 이후에도 그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으며 쾌활한 친구였다. 그의 친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한 편지에서 자기 작품 속의 Long John Silver가 바로 헨리를 모델로 한 것임을 밝힌 적이 있다.
불행은 한번만 오지 않았다. 이 작품을 쓰기 몇 년 전 그의 오른쪽 다리에도 감염이 진행됐다. 의사들은 절단 수술을 받아야 목숨을 건진다고 했지만 시인은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3년에 걸쳐 끈질긴 치료를 받았고, 이후 30년 가까이 더 살았다. 이 시에는 고통을 넘어선 자의 환희가 담겨 있다.
작가 및 작품해설, 이선우 <젊은이들을 위한 키워드로 읽는 영시, 이선우 지음, 도서출판 재하,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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