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파한 정 선 즐거운 오후가 벌레 먹은 장미 같다 구멍 뚫린 꽃잎들이 다리 사이로 빨갛게 떠내려간다 * 술보다 한 잔의 장미수 몇 모금의 시샤 다섯 번의 푸른 아잔 소리 연지벌레 카펫 몇 장과 베틀 몇 줄의 시와 하페즈 그리고 이름 그대로 ‘세상의 절반’이라는 이스파한 너 이스파한 골목에서 이스파한을 잃었다 가슴속은 두억시니였다 이스파한을 떠올리면 냉동실 냄새와 함께 검은 눈동자가 서리태로 쏟아졌다 이스파한은 질리지 않는 새벽 강 이스파한은 온종일 지루하지 않은 광장 사막 속으로 떠난 이스파한은 모스크도 카주 다리도 자얀데 강의 노을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맘광장에는 신기루가 없고 사막 속에는 새로운 애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