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이덕규(1961~ )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렇구나,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허기진 내 영혼과
함께 먹는 혼밥이었구나
한번 다녀들 가시라
—『오직 사람 아닌 것』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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