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등불
고재종(1957~ )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몸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어찌 이리 서늘하고 푸르른 밤
주막집 달려가 막소주 한 잔 나눌 이 없어
마당가 홀로 서서 그리움에 애리다 보니
울 너머 저기 독집의 아직 꺼지지 않은 등불이
어찌 저리 따뜻한 지상의 노래인지 꿈인지
-- 시집 『사람의 등불』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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