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
조항록 (1967~ )
서향이 키우는 식물들은 여간해서 목이 마르지 않다 반 박자 느리게 반 걸음 못 미치게 반 모금 덜 취하며 서향의 언어는 정숙하다 과거를 서성이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으나 서향의 불면은 간단히 뒤를 돌아다본다
오후의 햇살은 비치는 것이 아니라 적시는 것
서향이 어서 와, 라며 반기지 않는다 잘 가, 라고 인사하지 않는다 투명한 얼굴빛으로 물끄러미 서향은 멈출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본다 서향의 경사가 조금 더 기울어진다
다시 엽서를 띄워볼까요?
생면부지의 문이 열리네
금방 달빛이 참 곱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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