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김해자
너덜너덜한 걸레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또 망설인다
이번에 버려야지, 이번엔 버려야지, 하다
삶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또 한 살을 먹은 이 물건은 1980년 생
연한 황금색과 주황빛이 만나 줄을 이루고
무늬 새기어 제법 그럴싸한 타월로 팔려온 이놈은
의정부에서 조카 둘 안아주고 닦아주며 잘 살다
인천 셋방으로 이사 온 이래
목욕한 딸아이 알몸을 뽀송뽀송 감싸주며
수천 번 젖고 다시 마르면서
서울까지 따라와 두 토막 걸레가 되었던
20년의 생애,
더럽혀진 채로는 버릴 수 없어
거덜난 생 위에 비누칠을 하고 또 삶는다
화염 속에서 어느덧 화엄에 든 물건
쓰다쓰다 놓아버릴 이 몸뚱이
― 『축제』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