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옛 벗을 그리며 - 박남수

공산(空山) 2021. 5. 11. 19:47

   옛 벗을 그리며

                           -- 지훈에게

   박남수(1918~1994)

 

 

   나는 회현동에 있고

   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

   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

   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

   나는 이승에 있고

   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헤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의 학생이었고

   당신은 서울에서 역시 대학의 학생이었을 때에도

   우리는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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