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손
마종기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않은 나이에 자유롭게 되어
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속상하게 마음 아픈 날에는 주머니 뒤져
아직 따뜻한 동생의 손을 잡으면
아프던 내 뼈들이 편안해진다.
내 보약이 되어버린 동생의 약손,
주머니에서 나와 때로는 공중에 뜨는
눈에 익은 손, 돈에 익지 않은 손.
내 동생의 손이 젖어 우는 날에는
내가 두 손으로 잡고 달래주어야
생시처럼 울음을 그치는 눈물 많은 손.
내 동생이 땅과 하늘에 묻은 손,
땅과 하늘이 슬픔의 원천인가,
그 슬픔도 지나 멀리 떠나는
안타깝게 손 흔들어대는
내 동생의 저 떨리는 손!
--『이슬의 눈』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