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내 동생의 손 - 마종기

공산(空山) 2021. 5. 5. 07:47

   내 동생의 손

   마종기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않은 나이에 자유롭게 되어
   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속상하게 마음 아픈 날에는 주머니 뒤져
   아직 따뜻한 동생의 손을 잡으면
   아프던 내 뼈들이 편안해진다.

   내 보약이 되어버린 동생의 약손,
   주머니에서 나와 때로는 공중에 뜨는
   눈에 익은 손, 돈에 익지 않은 손.

   내 동생의 손이 젖어 우는 날에는
   내가 두 손으로 잡고 달래주어야
   생시처럼 울음을 그치는 눈물 많은 손.

   내 동생이 땅과 하늘에 묻은 손,
   땅과 하늘이 슬픔의 원천인가,
   그 슬픔도 지나 멀리 떠나는
   안타깝게 손 흔들어대는
   내 동생의 저 떨리는 손!

 

 

   --『이슬의 눈』 1997.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 벗을 그리며 - 박남수  (0) 2021.05.11
서향 - 조항록  (0) 2021.05.07
인연 - 김해자  (0) 2021.04.26
독감 - 최은묵  (0) 2021.04.08
누에 - 김선향  (0)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