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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종주(2) - 동봉에서 관봉(갓바위)까지

08:40, 03,000 입산 후 등산로를 찾다 지난번엔 파계사 쪽으로 입산하여 파계재에서 동봉까지 팔공산 주능선 6.2km를 종주하고 나서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쪽으로 하산했었다. 그것이 지난 1월이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뒤, 나는 오늘 동봉에서 관봉까지 주능선 7.3km를 종주했다. 물론 오늘 걸은 거리는 이 주능선 구간에다 입산부터 동봉까지의 등산 구간과 관봉에서 주차장까지의 하산 과정을 더하면 13km가 넘을 것이다. 오늘 아침 급행1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서 지난 1월에 하산했던 곳으로 입산하려고 했으나 집단시설지구 쪽의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하고, 수태골 쪽으로 걸어 모래재*를 조금 넘어가다가 오른쪽 산자락으로 들어섰다. 등산로가 없어도 조금만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이..

텃밭 일기 2022.10.23

제주도 자전거 여행

지난 10일 오후에 옛 직장 친구 2명과 함께 3박4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멀고 긴 여행이다. 먼저 3대의 접이식 자전거를 동대구터미널에서 15시 40분에 출발하는 목포행 고속버스에 싣고 4시간을 달려 목포 터미널에 도착했다. 목포터미널에서 자전거를 타고 목포항 국제여객터미널까지 6km를 이동한 후 부근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탈 배는 11일 새벽 1시에 출발하는 '퀸제누비아'호였는데, 22시부터 승선이 시작되었다. 자전거는 짐칸에 싣지 않고 접어서 들고 배에 탄 후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로비의 한쪽 계단밑에 가지런히 두게 되었는데, 그것은 접이식 자전거가 누리는 특권인 셈이었다. 내가 제주도에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너도바람꽃 - 김윤현

너도바람꽃 김윤현 너도 풀과 나무와 함께 사는 일에 행복해 할 줄 안다면 나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는 일에 만족할 줄 안다 너도 바람과 천둥을 받아들이는 일이 생인 줄 안다면 나도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는 일이 삶인 줄 안다 너도 새소리 꿩소리 바람에 담아 듣는 일에 귀 기울인다면 나도 슬퍼서 우는 울음을 새겨듣는 일에 마음을 열 줄 안다 너도 꽃이면 나도 사람이다 너도 바람꽃이면 나도 사람꽃이고 싶다

내가 읽은 시 2022.10.08

저무는 황혼 - 서정주

저무는 황혼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그리고 뉘엿뉘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너머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나는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여뀌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봇도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 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매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슥이 비끼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내가 읽은 시 2022.10.08

[고두현의 아침 시편] ‘빠삐용’ 실존 인물, 탈출한 뒤 ‘대박’

[고두현의 아침 시편] ‘빠삐용’ 실존 인물, 탈출한 뒤 ‘대박’ 드레퓌스의 벤치에서 ―도형수(徒刑囚) 짱의 독백(獨白) 구 상 (1919~2004) 빠삐용! 이제 밤바다는 설레는 어둠뿐이지만 코코야자 자루에 실려 멀어져 간 자네 모습이야 내가 죽어 저승에 간들 어찌 잊혀질 건가! 빠삐용! 내가 자네와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은 그까짓 간수들에게 발각되어 치도고니를 당한다거나, 상어나 돌고래들에게 먹혀 바다귀신이 된다거나, 아니면 아홉 번째인 자네의 탈주가 또 실패하여 함께 되옭혀 올 것을 겁내고 무서워해서가 결코 아닐세. 빠삐용! 내가 자네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 말만은 차마 못했네만 가령 우리가 함께 무사히 대륙에 닿아 자네가 그리 그리던 자유를 주고, 반가이 맞아 주는 복지(福地)가 있다손, 나는 우리에..

해설시 2022.10.07

안양 - 전욱진

안양 전욱진 (1993~ ) 뒷모습 없는 다정은 당신이 잘한다 늦저녁에도 불빛으로 환한 이곳에서 예전에는 다 논하고 밭뿐이었다고 당신에게 일렀다던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저절로 당신의 아버지 또 할머니와 할아버지 당신하고 성씨를 같이 써서 다정한 얼굴들 명절날 모처럼 벅적이는 가정집이 떠오르고 초승달을 마저 가리는 사람을 끝까지 보며 사람의 앞모습 하나로 감지되는 세상을 입으로 사랑한다 말한 사람을 내가 정말로 사랑하게 된 타향의 밤에 딱 하나 켜지는 가정집 불빛은 이제야 막 들어왔다는 것

내가 읽은 시 2022.10.07

가을 편지 - 최하림

가을 편지 최하림 그대가 한길에 서 있는 것은 그곳으로 가을이 한꺼번에 떠들썩하게 빠져나가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대가 역두(驛頭)에 서 있다든지 빌딩 아래로 간다든지 우체국으로 가는 것도 수사가 다르긴 하되 유사한 뜻이 되겠습니다 날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바람과 햇빛이 반복해서 지나가고 보이지 않게 시간들이 무량으로 흘러갑니다 그대는 시간 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지금 결정의 편지를 써야 합니다 결정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간 위에 떠 있는 우리는 도무지 시간의 내용을 알 수 없으니 결정의 내용 또한 알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

내가 읽은 시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