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 황지우 내 중세 정원을 채찍으로 내리치는 번개; 하늘과 땅을 鎔接하는 보라 섬광에 낙원이 잠깐 윤곽만 나타났다 없어진다 그건 한낱 광휘에 불과하리라 몽매에 혹해 있는 이 어리석은 자는 그러므로 평생 깨닫지 않으리라 얼마 후 당도한 천둥 소리, 조바심이었을까? 하늘 마룻장에서 누군가 발 구르는 소리; 섬광을 본 꽃과 가지들 다 재가 된 숯덩이 정원에 쏟아붓는 暴雨; 이래도 낙원이더냐?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