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쩍새 울다 - 이면우

공산(功山) 2015. 11. 16. 15:08

   소쩍새 울다
   이면우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 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창비,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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