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섬광 - 황지우

공산(功山) 2015. 11. 17. 10:55

   섬광
   황지우


   내 중세 정원을 채찍으로 내리치는 번개;
   하늘과 땅을 鎔接하는 보라 섬광에
   낙원이 잠깐 윤곽만 나타났다 없어진다
   그건 한낱 광휘에 불과하리라
   몽매에 혹해 있는 이 어리석은 자는
   그러므로 평생 깨닫지 않으리라

   얼마 후 당도한 천둥 소리, 조바심이었을까?
   하늘 마룻장에서 누군가 발 구르는 소리;
   섬광을 본 꽃과 가지들 다 재가 된
   숯덩이 정원에 쏟아붓는
   暴雨; 이래도 낙원이더냐?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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