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공산(空山) 2015. 11. 17. 10:48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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