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레몬 哀歌 - 다까무라 고오다로

공산(空山) 2016. 3. 28. 18:55

   레몬 哀歌

   다까무라 고오다로(高村光太郞, 1883-1956)

 

 

   애타도록 당신은 레몬을 찾고 있었다.

   죽음의 슬프고도 화려한 병상에서

   내가 쥐어준 레몬 한 알을

   당신의 하이얀 이가 생큼히 깨물었다.

   토파즈 빛으로 튀는 향기.

   하늘의 것인 듯 몇 방울의 레몬즙이

   당신의 정신을 잠시 맑게 되돌려 놓았다.

   푸르고 맑은 눈빛으로 가냘피 웃는 당신.

   내 손을 꼬옥 쥔 당신의 싱그러움이여.

   당신의 목 깊숙이에서 바람 소리 일지만

   생과 사의 어려운 길목에서

   그대는 옛날의 그대가 되어

   생애의 사랑을 이 순간에 다 쏟는 것인가.

   그리고 잠시

   그 옛날 산마루에 올라 쉬던 심호흡 하나 쉬고

   당신의 목숨은 그대로 멈췄다.

   벚꽃 그늘이 있는 사진 앞에

   토파즈 빛 향기의 레몬을 오늘도 두자.

   

 

   ―「레몬哀歌宇石, 1987. 編譯 姜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