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實酒
다까무라 고오다로(高村光太郞, 1883-1956)
죽은 아내가 담가놓은 매실주는
16년이 되어 호박빛으로 엉겨
구슬 같다.
봄이 와 밤 이슥히 추우실 때
호올로 한 잔씩 드시도록 하셔요.
이 술 한 병 남기고 간
죽어 없는 아내를 생각한다.
스스로 머리가 파멸되는 불안에 떨며,
오래잖아 곧 못 쓰게 된다는 슬픔 속에서도
아내는 차곡차곡 자기 신변을 정리했다.
7년의 광기는 죽어서 끝났다.
부엌에서 찾아낸 매실주 한 병
아내의 향기인 양
조용히 혀끝에서 아리다.
어떤 미칠듯이 휩쓰는 파도의 외침도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다.
가엾은 한 생명을 정시(正視)할 때
세계는 오직 그 둘레만을 멀리서 에워쌀 뿐이다.
바람도 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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