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麓의 두 사람
다까무라 고오다로
둘로 떨어져 기우는 반데이산(媻梯山)의 뒷산 기슭에는
망망한 억새풀만이
8월의 하늘 위로 머리를 쳐들고
비껴서 물결치며
사람의 키를 덮는다.
반은 미쳐버린 아내는 풀밭에 앉아
내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며
차마 삭이지 못한 울음을 어린애처럼 터뜨린다.
―― 나 이제 글렀어요
의식을 파고드는 숙명의 마귀에 채여서
피할 길 없는 영혼과의 이별
그 어쩔 수 없는 예감
―― 나 이제 영영 못 쓰게 돼요
눈물에 얼룩진 손바닥에 산바람이 차다.
나는 말없이 아내의 얼굴을 본다.
의식의 한계선상에서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나에게 매달린다.
아내의 정신을 되돌릴 길은 지금 이 세상에는 없다.
내 마음 둘로 찢겨져 떨어져 나가고
소리 없이 두 사람을 감싸는 천지와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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