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 파블로 네루다

공산(空山) 2016. 3. 10. 21:22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파블로 네루다

 

 

   예를 들면, “밤은 별이 많다. 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 멀리서, 파랗게.”라고 쓸까?

 

   밤하늘은 하늘에서 돌며 노래하는데,

   나는 이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난 그녀를 사랑했었지.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는 내 품에 있었지.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난 몇 번이고 그녀에게 입맞추었지.

 

   그녀는 나를 사랑했었지. 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어.

   그녀의 그 커다랗게 응시하는 눈망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문득 그녀가 없다는 생각. 문득 그녀를 잃었다는 느낌.

 

   황량한 밤을 들으며, 그녀 없이 더욱 황량한 밤.

   풀잎에 이슬이 지듯 시구 하나 영혼에 떨어진다.

 

   무슨 상관이랴. 내 사랑이 그녀를 붙잡아 두지 못할 걸!

   밤은 별이 많고 그리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그게 전부다. 멀리서 누군가 노래한다. 멀리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어버린 것만으로 가만 있지 못하는가.

 

   그녀를 더위잡으려는 듯이 내 눈길이 그녀를 찾는다.

   내 마음이 그녀를 찾는다. 그러나 그녀는 내 곁에 없다.

 

   이 많은 나무들을 하얗게 깨어나게 하던 그 밤, 그 똑같은 밤.

   우리는, 그 때의 우리는 이제 똑같은 우리가 아니다.

 

   이제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사실이지. 하지만, 참 사랑했었지.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이를 바람을 찾곤 했었지.

 

   남의 사람이 되었겠지. 남의 여자, 내 입맞춤의 이전처럼.

   그 목소리. 그 맑은 몸매. 그 끝없는 눈길.

 

   이제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사실이야. 하지만, 참 사랑했었지.

   사랑은 그토록 짧은데 망각은 이토록 길담……

 

   오늘 같은 밤에는 그녀가 내 품에 있기 때문이야.

   내 마음이 그녀를 잃어버린 것만으로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야.

 

   비록 이것이 그녀가 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그녀에게 바치는 마지막 시라고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