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시

梅實酒 - 다까무라 고오다로

공산(空山) 2016. 3. 28. 18:27

   梅實酒

   다까무라 고오다로(高村光太郞, 1883-1956)

 

 

   죽은 아내가 담가놓은 매실주는

   16년이 되어 호박빛으로 엉겨

   구슬 같다.

   봄이 와 밤 이슥히 추우실 때

   호올로 한 잔씩 드시도록 하셔요.

   이 술 한 병 남기고 간

   죽어 없는 아내를 생각한다.

   스스로 머리가 파멸되는 불안에 떨며,

   오래잖아 곧 못 쓰게 된다는 슬픔 속에서도

   아내는 차곡차곡 자기 신변을 정리했다.

   7년의 광기는 죽어서 끝났다.

   부엌에서 찾아낸 매실주 한 병

   아내의 향기인 양

   조용히 혀끝에서 아리다.

   어떤 미칠듯이 휩쓰는 파도의 외침도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다.

   가엾은 한 생명을 정시(正視)할 때

   세계는 오직 그 둘레만을 멀리서 에워쌀 뿐이다.

   바람도 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