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별의 입구 - 권상진

공산(空山) 2023. 11. 4. 10:23

   별의 입구

   권상진(1972~ )

 

 

   별을 향해 걷다 보면 걸어서는 끝내 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맘발맘 걸어서 다다른 종점 근처에 아직도 저만큼 떠 있는 별

 

   보폭이 같은 사람들과 웃고 울다가 누가 걸음을 멈추면 그이를 땅에 심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별의 입구

 

   일생 딱 한 번 축복처럼 열리는 작은 문

 

   함께 걷던 이들이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문 앞에 떨궈놓고 이내 총총 흩어진다

 

   그런 밤은 먼 하늘에서 배를 한 척 보내와 무덤과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해 있다가

 

   그믐이 되면 그달 무덤까지 내려와 멈춘 걸음들을 서쪽 하늘로 데려간다

 

   그리운 눈을 하고 가만히 보면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0) 2023.11.14
중세의 잠깐 - 송종규  (0) 2023.11.04
늑대 - 신미나​  (0) 2023.11.04
첫 말문 - 최명길  (0) 2023.10.29
일반 4호실 - 김병호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