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잠깐
송종규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
사소한 것들이 모여 그리운 풍경을 만드는
이 시간은 중세의 유물 같은 거
횡대를 이룬 가로수가 공중에 머리를 박고 있고
공원은 온통 먼 데서 온 당신의 전언들,
오렌지 빛 이 시간은 한 사람의 생애에 어깨 구부정한
오십의 어느 하루를 덧댄 것이라네
두렵고 벅차서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 웅숭깊은
초겨울의 적막 속으로 스며들어 갔을 뿐인데
공중 높이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텅 빈
얼굴 하나가 걸려 있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었는지, 키 큰 자작나무처럼
오래도록 마주 서서 바라본 적 있었는지
두렵고 눈이 부셔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
중세의 아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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