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중세의 잠깐 - 송종규

공산(空山) 2023. 11. 4. 10:48

   중세의 잠깐

   송종규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

   사소한 것들이 모여 그리운 풍경을 만드는

   이 시간은 중세의 유물 같은 거

   횡대를 이룬 가로수가 공중에 머리를 박고 있고

   공원은 온통 먼 데서 온 당신의 전언들,

   오렌지 빛 이 시간은 한 사람의 생애에 어깨 구부정한

   오십의 어느 하루를 덧댄 것이라네

   두렵고 벅차서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웅숭깊은

   초겨울의 적막 속으로 스며들어 갔을 뿐인데

   공중 높이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텅 빈

   얼굴 하나가 걸려 있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었는지키 큰 자작나무처럼

   오래도록 마주 서서 바라본 적 있었는지

   두렵고 눈이 부셔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했네

   중세의 아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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