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한솥밥 - 문성해

공산(空山) 2022. 1. 28. 08:56

   한솥밥

   문성해 (1963~ )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다디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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