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역
조명선
숙이고모 돈 벌러 눈물로 간다, 간다.
코끝에 걸린 달빛 따라 금호강 기슭을 돌아
능금꽃
파르르 떨며
발길 적시는 고모령 넘어
그렁그렁 매달린 사연 쓰윽쓱 문지르며
의심스런 눈길에 밀봉당한 간이역
배웅도
마중도 없이
꽃 멍으로 내린다.
한눈 팔 사이 없이 살 세게 달린 철길
동대구 출발하여 고모역 통과합니다
미끈한
안내방송이
눈시울 더듬는다.
―『하얀 몸살』동학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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