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함기석 (1966~ )
싱싱한 새벽하늘을 데리고 의사가 분만실로 들어간다
팽팽한 대기
팽팽한 지평선
차디찬 적막이 흐르고 적막이 흐르고
눈 덮인 들판 끝으로
먹물처럼 퍼지는 여인의 외마디 비명
놀란 새가 푸드덕 허공에 희디흰 칼금을 긋는다
하늘의 회음부가 예리하게 절개되고
아기 울음 터진다
사방으로 빛이 터진다
눈 뜨는 돌
눈 뜨는 대지샘물이 걷기 시작한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모역 - 조명선 (0) | 2022.01.27 |
---|---|
눈 내리는 아침 - 백수인 (0) | 2022.01.26 |
동지(冬至) - 신덕룡 (0) | 2021.12.27 |
풀잎의 사소한 역사 - 이재훈 (0) | 2021.12.15 |
5구역 - 신정민 (0) | 2021.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