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고모역 - 조명선

공산(空山) 2022. 1. 27. 19:35

   고모역

   조명선

 

 

   숙이고모 돈 벌러 눈물로 간다, 간다.

   코끝에 걸린 달빛 따라 금호강 기슭을 돌아

   능금꽃

   파르르 떨며

   발길 적시는 고모령 넘어

 

   그렁그렁 매달린 사연 쓰윽쓱 문지르며

   의심스런 눈길에 밀봉당한 간이역

   배웅도

   마중도 없이

   꽃 멍으로 내린다.

 

   한눈 팔 사이 없이 살 세게 달린 철길

   동대구 출발하여 고모역 통과합니다

   미끈한

   안내방송이

   눈시울 더듬는다.

 

 

    ―『하얀 몸살』동학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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