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고영민(1968~ )
송편을 빚는다
무른 반죽을 떼어 손바닥 위에 굴린다
엄지로 옴폭하게 모양을 만들고
소(素)를 넣어 끝을 여민다
지난 한가위엔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앉아 송편을 빚었지
아버지는 송편을 참 예쁘게도 빚었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올해 한가위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빚은 기름한 송편도 이 세상에 없고
쪄내면 푸른 솔잎이 붙어 있던
뜨끈한 반달 송편 하나
선산엔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하나
그리고 나에게는 예쁜 딸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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