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송편 - 고영민

공산(空山) 2021. 9. 20. 07:40

   송편

   고영민(1968~ )

 

 

   송편을 빚는다

 

   무른 반죽을 떼어 손바닥 위에 굴린다

   엄지로 옴폭하게 모양을 만들고

   소(素)를 넣어 끝을 여민다

 

   지난 한가위엔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앉아 송편을 빚었지

   아버지는 송편을 참 예쁘게도 빚었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올해 한가위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빚은 기름한 송편도 이 세상에 없고

   쪄내면 푸른 솔잎이 붙어 있던

   뜨끈한 반달 송편 하나

   선산엔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하나

   그리고 나에게는 예쁜 딸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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