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이인원
기쁨은
젊음이 잠시 길러 본 고양이 과 애완동물이었을 뿐
대공원 분수처럼
가뿐하게 솟구쳤다 바닥을 쳤고
가벼운 악수를 나눌 때조차
한순간도 내려놓지 못했던
양성 종양 같은 등짐
화석은 이미 그대로 완벽한 정형인 줄 모르고
벌써 몇 시간 째 정형외과 대기실 벤치에 앉아 있는
(과연 이번엔 뒤집기에 성공할까)
바글거리는 환자들 사이에 유독 푸욱 꺼진 한 자리
얼굴이 무릎에 닿기 직전인
저 노인
팔십 평생 깁스로 정형된
아직 꼿꼿한 청년인 제 이름 석 자가 호명되길 기다리고 있다
그때
하늘을 찔렀던 물줄기마냥 벌떡, 아니
방금 높은 담장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날렵한 고양이인 척
허리를 곧추 세우며
일어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괜한 지팡이를 반대쪽으로 옮긴다고 무게중심이 바뀔까마는)
간혹
검은 점퍼 아래 볼록하게 숨긴 두 날개를 툭툭
두들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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