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대서大暑 - 이인원

공산(空山) 2021. 5. 17. 12:36

   대서大暑

   이인원

 

   매미소리, 참 귀가 먹먹하다

​   젊음의 피 끓는 소리가 꼭 이럴 거라며

   ​시퍼런 녹음 속을 지나간다

   ​새벽마다 꼿꼿하게 일어서는 청년의 그것 같은

​   맥문동 보라 꽃

   ​겸연쩍어 슬며시

   ​배롱 꽃, 붉다

​   새댁의 달거리가 저리 아름다운 것이었을라

   ​백일몽 같은

   ​마음 시퍼런 시간 속을 짓궂게 해찰해가며

   ​콩국수 한 그릇 얻어먹으러 동생 집 간다

   ​봉숭아 꽃물 들인 엄지발가락

​   제일 앞장서서 간다

​   봉숭아 꽃물 들인 다섯 손가락으로

​   손차양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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